HOME | 최신번역지식 | 번역뉴스
 Date
 (2007-10-12 오후 5:14:26, Hit 3187)
 Subject  노벨문학상 도리스 레싱,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최고령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에서 최고령인 영국의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며칠만 있으면 88회 생일을 맞지만 올해 초에도 소설책을 냈다. 여성은 나태하고 잘난 체하는 종족으로, 남성은 모험심 강한 개혁가로 묘사한 선사시대 우화를 담은 '더 크레프트(The Cleft)'란 소설이다. 40년 동안이나 노벨문학상 물망에 올랐던, 퇴역 작가가 아니라 생생한 현역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성장소설, 모더니스트적 기법의 우화, 설화, 로맨스, 과학소설을 망라하며, 신비주의,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실존주의 등 20세기의 주요한 문제들에게도 관심의 고삐를 놓지 않았던 긴장감을 말하는 예이기도 하다.

레싱 삶의 굴곡이 아마도 그런 에너지를 발산하게 한 건 아닐까? 1919년 10월 이란의 커만샤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여섯 살 때 더 나은 돈벌이를 찾아 나선 부모와 함께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터전을 옮겼다.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25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다녔던 가톨릭학교도 14살에 중퇴해버렸고, 그 뒤에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 2번 결혼하고 2번 이혼했다.

인종 간 불화, 착취,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냉혹함, 문명 간 충돌을 목격했던 젊은 시절의 경험은 이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때 영국 공산당원이기도 했고, 열렬한 반전·반핵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인종주의와 독재를 신랄하게 비판한 그의 경력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은 그의 첫 장편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1950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아프리카에서 힘겹게 살았던 부모의 삶을 근간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백인 농부 아내와 흑인 하인의 간통을 통해 식민통치와 억압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페미니즘. 노벨상 수상에 가장 공이 큰 작품인 '황금 노트북'(The Golden Notebook·1962년)은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통했다. 여류작가인 '아나 울프'가 인생을 성찰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혁명이나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닌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인종 계급 성의 문제를 따지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도 "초창기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적 업적이며, 남녀 관계에 대한 20세기적 관점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책"이라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는 범주에 가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남녀 관계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해명. 게다가 200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21세기의 페미니즘 문화는 나태하고 음흉하다"고 비판할 정도로 명확하게 페미니즘과 선을 그었다.

1980년대 레싱의 작품 영역은 공상과학, 신비주의로 확장된다. 레싱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꼽은 '아르고스의 카노프스(Canopus in Argos·1979~1983)' 시리즈도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국내에는 '마사 퀘스트', '황금 노트북', '다섯째 아이', '풀잎은 노래한다', '런던 스케치' 등이 번역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