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최신번역지식 | 번역지식  Date  (2005-01-19 오후 8:26:16, Hit 3362)  Subject  [불어] 국제회의 통역과 번역 2호 - 전미연 [불어] 국제회의 통역과 번역 2호 - 전미연 불-한 번역시 발생하는 어려움 전 미 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 연구소) Ⅰ. 서론 이론(theory)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인 ‘theorein', 즉 ‘관찰하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어떤 사물이나 지식의 이치 등을 ‘관찰’한 뒤 그 것을 일반화하기 위해 세운 명제가 바로 이론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해석된다. 번역이론도 바로 이런 ‘관찰’을 통해 나온 이론적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데 바벨탑 사건 이후 인류의 역사와 행보를 같이 한 커뮤니케이션 행위인 번역, 혹은 이 행위의 결과물인 번역물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그 역사가 아주 짧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번역학’이라는 신생학문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언어학의 하위 학문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석이론(interpretive theory)’, 일명 ‘의미 이론(theory of sense)'은 우리의 이런 척박한 연구 풍토에서 넓게는 외국어-한국어간의 번역, 좁게는 본 논문의 고찰대상인 불어-한국어간 번역을 연구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적 틀이 될 수 있다. 본 논문은 지금까지의 여러 번역 관련 논의에서 외국어-한국어 번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인식된 내용들을 해석 이론의 틀을 빌려 몇 가지로 분류한 뒤 이 ‘문제’들이 번역이라는 의미 전달 과정에 고유한(inherent) 것이 아니라 번역사가 역량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difficulty)일 뿐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번역상의 어려움은 불-한 번역이라는 언어조합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어려움이라기보다 언어 조합에 상관없이 모든 번역과정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번역 관련 논의에 접근하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다. 원칙적으로 이상적인 번역이라면 출발어(여기서는 불어) 텍스트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자유로운 도착어(여기서는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번역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번역일 것이다. M. Lederer(1999, p.16)가 밝히고 있는 번역의 네 가지 요소, 즉 완벽한 모국어 구사 능력, 완벽한 출발어 이해 능력, 주제 지식과 배경 지식, 숙달된 번역 방법론은 바로 이런 이상적인 번역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번역 주체는 이런 지향점은 가지고 있으되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본 논문은 개별 번역 사례를 통해 불완전한 주체로서의 역자가 겪는 번역상의 어려움이 어떻게 나타나고 번역 주체는 이를 어떻게 해결되는지 알아보면서 불-한 번역도 번역원칙의 보편성 속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해석 이론과 이해-의미도출(deverbalization)-표현의 삼각형 1. 텍스트 일반적으로 번역이라는 행위가 한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한 뒤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M. Lederer(1999, p.16)도 지적했듯이 이 과정에 개입하는 매개변수(parameter)의 개념을 둘러싸고는 학자들 사이에 혼돈이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텍스트(text)라는 번역 대상에 대한 이해이다. 최정화(1998, p.101)는 텍스트에 대한 M. Lederer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글자 혹은 소리의 연속과 번역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text'는 활자화된 텍스트뿐만 아니라 발화행위로 표현되는 담화(discourse)도 지칭한다. 이해를 위한 동태(動態)적 대상인 텍스트는 지식의 정태(靜態)적 대상이 되는 랑그(langue), 빠롤(parole)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소설 두려움과 떨림(전미연 역, 2000, 열린책들, p.26)에 나오는 ‘Je prends des vitamines.’이라는 표현을 한 번 예로 들어보자. 빠롤 차원에서 보면 이 표현은 ‘나는 비타민을 먹어요/ 저는 비타민을 먹습니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M. Lederer(1994, p.14)의 지적대로 역자의 cognitive complements 와 cognitive context가 빠롤 차원의 이 해석을 보충하게 되어 ‘비타민을 먹는다니까요.’라는 등가(equivalence)로 번역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M. Lederer(1994, p.15)는 단어나 맥락(context)이 없는 문장에 대한 번역을 언어적 차원의 번역이라고 규정짓고 텍스트에 대한 번역을 해석적 번역, 혹은 그냥 ‘번역’이라고 부른다. 2. 해석(interpretation) 앞서 M. Lederer가 글자의 연속과 번역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라고 한 것은 바로 ‘해석'을 뜻할 것이다. M. Lederer(1999, p.17)는 글쓴이의 창작의 결과인 기호(sign)로 덮인 종이와 이 기호들에 의미(meaning)를 부여하는 독자가 있어야 읽기 행위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 단계에서 이미 해석 행위(interpretive activity), 즉 언어 기호(language sign)에 언어적 의미(language meaning)를 부과하는 행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칫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전환하는 것이 번역이라는 왜곡된 이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석 행위를 바라보는 개념으로서는 너무 폭이 좁다고 지적한다. 해석행위라는 것은 단순히 언어 기호에 언어적 의미를 부과하는 행위 이상이라는 것이다. 기호를 해석하기 위해 독자가 자신의 언어적 지식뿐만 아니라 보완적 인지요소(cognitive complements)와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H.P. Zaho(1990, p.118)는 ‘중국어에 적용한 해석이론’이라는 논문에서 Anatole France의 저서 『Jardin d'Epicure』에서 발췌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인용하면서 해석이론과 접목되는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이란 무엇인가? 작은 기호들의 연속이다. 그 이상이 아니다. 이 기호들에 상응하는 형태와 색깔, 감정을 끌어내는 것은 바로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이 어둡거나 밝거나, 혹은 뜨겁거나 차갑게..... 되는 것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이런 의미에서 역자는 가장 이상적인 독자라고 할 수 있다. 역자는 이런 해석 행위를 통해 비로소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한 번 보자. “Euphorie et realisme"이라는 제목으로 르몽드(2000/6/24)에 한국 관련 기사가 실렸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8.15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에 관한 시사 현안을 깊이 알고 있는 프랑스 독자라면 ‘euphorie'가 최근 한반도에 불기 시작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일련의 조치를 환영하는 들뜬 분위기, 행복감을 표현하는 단어이고 ’realisme'이 통일 문제를 대하는 남북한 정부의 냉정한 정치적 계산, 앞으로 산적한 통일 현안 문제를 지칭하는 현실 정치의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완적 인지요소가 없는 독자라면 이 제목을 읽으면서 기사를 쓴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의미’를 추출해내지 못할 것이다. 3. 의미 앞서 밝혔듯이 ‘의미’를 추출하는 것이 번역 행위의 핵심이다. 역자는 바로 해석 행위를 통해 의미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미라는 것은 바로 무엇인가? 최정화(1998, p.108)는 해석이론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에서 ‘뜻’과 ‘의미’는 동의어로 쓰인다. 그런데 나는 해석학적 이론의 관점에서 편의상 ‘뜻’과 ‘의미’를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여기서 ‘뜻’은 문맥과 상황이 배제된 상태의 언어적 차원의 ‘잠재적 뜻’.....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의미’는 텍스트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뜻하는 ‘문맥 속의 의미’ ‘텍스트 차원의 의미’ ‘변별적인 뜻으로 구성된 의미’로 구분되어 사용되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불어의 ‘prendre'라는 동사는 ‘잡다, 입다, 먹다, (공간을) 차지하다, 타다...’라는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예로 든 소설에서 번역사는 언어적 차원의 잠재적이고 다의적인 뜻에서 ‘먹다’라는 구체적이고 일의(一義)적인 의미를 추출한 것이다. D. Seleskovitch(1993, P.269)는 의미의 경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한 문장의 의미는 저자가 의식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지 저자가 표현하게 된 이유, 혹은 그가 표현하는 것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다. 의미는 동기, 의도와 혼동되지 않는다. 번역사가 주해를 하듯이 번역을 하고 통역사가 해석적(hermeneutic)으로 통역을 한다면 자신의 직분을 넘어서는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의미의 경계가 분명해졌으면 의미를 추출하는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4. 이해-의미 도출(deverbalization)-표현의 삼각형 1) 이해 M. Lederer(1994, p.212)는 이해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표 속에서 규칙과 단어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는 잠재적 의미밖에 도출되지 않는다. 반대로 텍스트 혹은 담화를 이해하는 것은 언어적 차원의 뜻과 보완적 인지요소의 결합을 통해 소리, 혹은 활자의 연속으로부터 의미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번역사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이해의 과정은 M. Lederer(1994, p.32)도 지적했듯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즉 언어적 차원에서 먼저 기호에 개념을 부여하고 난 다음 이 개념에 보완적 인지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역자의 해석 행위를 통해 활자화된 기호는 단번에 의미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이해의 과정에서 보완적 인지요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의 간단한 예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원문 : Les animaux marins ont des defenses chimiques plutot que physiques. 이 문장을 언어적 차원에서 번역하면 ‘해양동물은 물리적 방어보다는 화학적 방어를 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역자는 ‘해양동물은 공격에 대해 신체의 특정 기관을 이용하기 보다 몸에 지닌 화학물질을 쏘아 방어하는 경우가 많다.’로 번역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쏘아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해양동물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역자의 보완적 인지요소 덕분에 의미가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2) 의미도출(deverbalization) 최정화(1998, p.102)는 의미도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verbalization이 언어적 형태로 표현되는 과정을 지칭하는 단어라면 deverbalization은 이에 반대되는 과정으로, 언어적 형태가 사라지면서 사람의 머리 속에서 의미 생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뜻한다. M. Lederer(1994, p.27)가 번역에서 등가(equivalence)를 형성하는 최소 단위라고 설명하는 ‘의미 단위(unit of meaning)'는 의미 도출 과정에서 핵심적인 개념이다. 의미 단위라는 것은 랑그나 빠롤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단어나 소위 숙어 등의 구분과는 다르다. 앞서 예로 든 문장에서는 ‘Je prends des vitamines'-‘비타민을 먹는다니까요.’이 의미 단위인 셈이다. 수없이 생성, 소멸되는 이 의미 단위들이 서로 교차하고 어우러지는 가운데 의미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통역에서는 소리가 계속 사라지면서 통역사의 머리 속에서 의미 생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의미 단위의 생성과정이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번역의 경우는 활자화된 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의미 단위의 생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Ⅲ장에서 살펴보게 될 의미도출 상의 어려움도 결과 지향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번역 주체의 머리 속에서 의미 도출 과정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 표현 이렇게 도출된 의미는 ‘표현’이라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다시 언어적 형태로 태어나게 된다(reverbalization). 그렇다면 표현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M. Lederer(1994, p.43)는 표현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L. Bastit의 다음 글을 인용하고 있다. 번역의 과정을 마치 눈에 보이듯이 묘사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텍스트를 번역하기 위해 우선 배어들기 과정, 즉 의식적으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생각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텍스트를 흡수해서 <소화>하기 위해 텍스트를 계속적으로 읽는 과정이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텍스트-텍스트가 지닌 모든 색깔과 함께-는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중략...) 이렇게 되면 번역은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창조 작업이 되고 텍스트에 시선이 가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을 잃지 않기 위해서일 뿐이다. 번역 작업은 가능한 한 단번에, <영감(靈感)을 받아> 자기력선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루어진다. 그러고 나서는 번역물을 얼마 동안 내버려두었다가 -이렇게 하면 출발어 텍스트의 형태를 최대한 잊고 번역물을 그 자체로 하나의 원 텍스트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읽는다. (...중략...) 마지막으로 도착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으면서 원문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청자에게 읽어주는 것은 번역의 ‘자연스러움’과 ‘분명함’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이다. 표현의 단계에서 역자는 글쓰기의 주체가 된다. 비단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실용 텍스트(특정한 경험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글쓰기 형태로, 미학적 측면이 지배적이지 않은 텍스트 : J. Delisle, 1998, p.47)의 번역에서도 역자의 글쓰기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도착어가 지닌 아름다움과 독특한 언어적 특성을 발휘해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역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Ⅲ. 불-한 번역시 발생하는 어려움 이번 장에서는 앞서 소개한 의미 이론을 빌려 불완전한 번역주체인 역자가 불-한 번역시 느끼는 어려움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해의 부족/의미 도출의 부재(혹은 부족)로 생기는 어려움이고 둘째는 표현 단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앞서 살펴본 이해-의미도출-표현이라는 틀에 비추어 보면 언어 조합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보편적’인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본 논문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국내 번역관련 논의에서 소위 ‘문제’라고 인식되어 왔던 것, 즉 넓게는 외국어-한국어, 좁게는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되어 온 것을 셋째 어려움으로 별도 구분했다. 이러한 구분을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우선 지금까지의 번역 관련 논의가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소위 ‘문제’라고 하는 것을 번역 주체가 역량 부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번역주체가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는 번역 주체의 역량과 직결된다. 다시 말하면 어떤 번역주체에게는 어려움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른 번역주체에게는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으로 보지 않고 번역이라는 의미 전달 과정에 고유한(inherent)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라는 것의 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불어와 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가 역자의 이해/의미 도출 단계에서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고 표현 단계에서도 불어의 언어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 번 째 어려움은 원칙적으로는 앞서 구분한 두 가지 어려움의 하위 부류이지만 편의상 셋째 항목으로 별도 구분한 것이다. 이해와 의미 도출 과정을 하나로 묶은 이유는 두 과정이 실질적인 글쓰기 과정인 표현과는 분명히 독립적이고 경계가 뚜렷하지만 실제 이 두 과정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한 의미를 추출하기 위해서 이해-의미 도출의 과정이 역자의 머리 속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개별 번역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며 번역주체는 이런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살펴보기로 하다. 1. 이해의 부족/의미 도출의 부재(혹은 부족)로 인한 어려움 이 차원의 어려움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출발언어에 대한 언어지식의 부족으로 생기는 어려움, 둘째 출발어 문화권에 대한 문화적 지식의 부족으로 생기는 어려움, 셋째 해당 분야별 주제 지식과 전문 용어의 부족으로 생기는 어려움, 넷째 출발어 텍스트에 대한 분석 및 종합능력의 부족으로 생기는 어려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출발어 텍스트에 대한 분석 및 종합 능력의 부족으로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분석 및 종합 능력이 번역의 정확성과 분명함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석과 종합능력이라는 요소가 번역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실제 번역 사례를 통해 알아볼 것이다. 앞으로 들게 될 모든 예는 전문 번역1)의 사례이며 각각의 예는 원문과 소위 직역2) 그리고 번역문을 차례로 실었다. 번역문이 ‘해석’ 행위의 결과물인 것은 당연하지만 직역에서도 ‘해석’ 행위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기호에 언어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해석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 1) 원문 : Pour bien faire, ces asphaltes drainants diminueraient aussi le bruit a l'interieur du vehicule et il n'y aurait pas opposition, contrairement a ce qu'on craignait au depart, entre silence et securite, ces revetements permettant une bien meilleure adherence sur route mouillee. 직역 : 장점은 이 배수 아스팔트가 자동차 내부의 소음도 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 우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조용함과 안전 사이에 대립도 없었다. 이 아스팔트가 젖은 도로 위에서 보다 나은 접착력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번역문 : 이 배수 아스팔트 덕분에 자동차 내부의 소음도 줄었다. 초기에 운전자의 안전을 걱정했으나, 도로가 젖었을 때 자동차의 도로표면 흡착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우려했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텍스트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요하는 부분은 소음과 안전, 도로와 타이어의 흡착 정도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배수 아스팔트는 자동차 내부의 소음을 줄이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배수 아스팔트 덕분에 소음은 줄어드는 대신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배수 아스팔트 위에서는 도로가 젖어있을 때 자동차 바퀴의 도로 표면 흡착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결국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번역문을 보면 소음과 안전, 도로와 타이어의 흡착 정도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배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소음이 줄어드는 대신 안전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즉 하나를 얻게 되는 대신 하나는 잃는다(원문에서는 이 것이 opposition이라는 단어로 명확히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단지 ‘운전자의 안전을 걱정했으나...... 우려했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번역으로 뭉뚱그려져 표현되었다. 의미 도출은 제대로 일어났으나 단순한 도식을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시키겠다는 번역사의 생각이 이런 번역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는 텍스트 분석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 표현의 단순화로 이어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예 2) 원문 : L'histoire de leur emergence, de leurs combinaisons et de leurs ramifications ulterieures merite quelques commentaires. 직역 : 이들의 출현과 결합, 그리고 나중의 가지치기에 대한 역사는 몇몇 커멘트를 받을만하다. 번역문 : 이들 주제가 어떻게 출현해 서로 섞이다가 세분화되어 갈라지는지는 따로 설명을 해볼만한 내용이다. 번역 대상이 되는 텍스트는 프랑스 만화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만화의 세 가지 주제가 환상, 여행, 우매함이라고 설명하고 나서 바로 위의 원문이 나온다. 위의 번역문은 출현, 결합, 가지치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분석한, 비교적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자는 텍스트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환상, 여행, 우매함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한 작품 속에서 두가지 혹은 세가지 주제가 어떻게 함께 다뤄지는지, 그리고 이런 주제들이 차후에 어떻게 세분화되어 다양한 주제로 나눠지는지 파악했기 때문에 쉽게 원문을 분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자가 확보하고 있는 cognitive context 덕분에 텍스트에 대한 해석적 접근이 이루어진 것이다. 2. 표현 단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표현 단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문화적 요소의 전달에서 생기는 어려움, 둘째는 표면적인 등가의 부재에서 생기는 어려움, 셋째 전문용어의 무지에서 오는 어려움, 넷째 도착어 표현의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본 논문에서는 도착어 표현 능력이 번역 결과물의 질(質)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도착어 표현능력이야말로 수준 높은 번역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예 1) 원문: D'abord, la reglementation europeenne n'a cesse d'abaisser, ces dix dernieres annees, la teneur en plomb de l'essence : de 0,55 a 0,15g/l 직역 : 우선 유럽의 규제는 지난 10년 동안 휘발유의 납 함유량을 끊임없이 낮춰왔다. 번역문 : 유럽공동체 규제조항에서 휘발유의 납 함유량 규제 기준치를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리터당 0.55그램에서 0.15그램으로) 원문에 쓰인 동사는 ‘낮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휘발유의 납 함유량이 0.55g/l에서 0.15g/l로 변하는 것은 ‘낮아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역자는 ‘납 함유량 규제 기준치를 강화하다’라고 번역했다. 그냥 납 함유량을 낮춘다고 했을 때는 중금속 오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규제 기준치를 낮춘다고 했을 때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는 ‘높인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제치를 높인다’라고 번역을 해도 ‘강화하다’는 동사만큼 텍스트의 의미가 분명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번역사가 표현 단계에서 한국어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의식적으로 동사를 선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 2) 원문 : Certes, la reussite artistique et le succes public coincident quelquefois. 직역 : 물론 예술적인 성공과 대중적인 성공이 가끔 일치하기도 한다. 번역문 : 물론 예술적인 성공과 대중적인 흥행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위의 번역문은 언어적 차원의 번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적인 성공이 대중적인 흥행으로 좀더 자연스럽게 바뀌었을 뿐이다. 역자는 ‘coincider'라는 동사에는 사전적 뜻인 ’일치하다‘를 대응시키고 ’reussite‘라는 명사에도 사전적 뜻인 ’성공‘을 대응시키고 있다.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는 번역이지만 표현 단계에서 역자가 보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으면서 흥행에까지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하면 좀더 자연스러운 도착어 표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 3) 원문 : Le bruit gene le developpement du langage et l'acquisition de la lecture chez les enfants. 직역 : 소음은 언어의 발달과 어린이에게서 읽기의 습득을 방해한다. 번역문 : 소음은 아동의 언어발달을 저해하고 읽기 교육에도 장애로 작용한다. 위의 번역문을 보면 번역사가 동사 ‘gener’를 어떻게 옮길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원문에서는 동사가 하나인데 번역문에서 동사가 두 개 사용된 것을 보면 뒤의 두 명사를 목적어로 갖는 타동사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한국어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한 듯이 보인다. 다시 말해 ‘저해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해 ‘소음은 아동의 언어발달과 읽기 교육을 저해한다’라고 옮기면 ‘읽기 교육을 저해한다’라는 부분이 어색해진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역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음은 아동의 언어발달과 읽기 교육에 장애로 작용한다’라고 하거나 ‘소음은 아동의 언어발달과 읽기 교육에 방해가 된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 표현 단계에서 번역사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3.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는 번역사의 이해와 의미 도출 및 자연스러운 표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대부분의 번역 관련 국내 논의에서는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번역 주체의 역량 부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고 번역의 ‘이론적’ ‘문제’로 인식되었고 때로는 번역의 불가능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접근보다는 불-한 번역이라는 언어 조합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지금까지 논의의 지배적인 경향이었다. 본 논문에서는 실제 번역의 예를 들면서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역자에 의해 어떻게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해결되어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어려움의 하위 분류라는 것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가 부각되는 것은 역자가 이해-의미 도출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자연스러운 도착어 표현을 구사하지 못했을 때라는 것이다. 예 1) 원문 : La carte de Sante francaise, baptisee Carte Vitale, equipera bientot 36 millions d'assures sociaux et sera lisible par 400 000 professionnels de sante. 직역 : ‘Carte Vitale’이라고 이름 붙여진 프랑스의 의료카드는 곧 3천6백만의 국민의료보험 가입자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갖추게 만들고 40만 명의 의료 전문가들에 의해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번역문 : 3천6백만 명의 국민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조만간 국민 의료카드인 ‘Carte Vitale’을 발급 받고, 40만 명의 의료 전문가들은 이 카드의 내용을 판독할 수 있게 된다. 위의 원문은 불어의 언어적 특성이 잘 나타나는 문장이다. 접속사를 앞뒤로 ‘사물주어+타동사+목적어(사람 혹은 사물)’이라는 절과 피동절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문에서는 불어의 이런 언어구조적 특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번역의 ‘냄새’가 나지 않게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타동사의 목적어인 사람이 번역문에서는 주어로, 사물주어는 목적으로 자리를 바꾸었고 원문의 피동문은 능동문으로 바뀌었다. 이런 언어구조의 차이는 역자에 의해 어려움으로 인식되지 조차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번역사의 표현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불어-한국어간의 언어구조적 차이가 부각되게 마련이다. 다음의 예를 한 번 살펴보자. 예 2) 원문 : Beaucoup regrettent que la terre accrochee a la betterave ne soit pas au maximum decrottee sur place, au lieu d'etre transportee jusqu'a la sucrerie pour y faire ensuite des montagnes de terre. 직역 : 많은 사람들은 사탕무에 붙은 흙이 그 곳에서 나중에 어마어마한 흙더미를 만들기 위해서 제당공장까지 운반되는 대신 현장에서 최대한 털어지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번역문 : 밭에서 사탕무를 뽑을 때 흙을 최대한 털어 내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하면 제당공장에 운반되어온 사탕무가 엄청난 높이의 흙더미를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번역문은 까다로운 의미도출 과정 속에서 도착어 표현의 자연스러움이 희생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을 비교해보면 밑줄 친 세 개의 동사의 순서가 완전히 다름을 볼 수 있다. 한국어의 어순과 불어의 어순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흙더미를 털어 내야 제당공장으로 흙이 운반되어 오지 않아 흙더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야 의미가 명확한데 불어 원문에서는 의미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세 개의 동사가 한국어와 완전히 반대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자 나름대로 의미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그렇게 하면’이라는 연결어를 넣고 ‘만들다’라는 동사를 부정형으로 바꿔서 번역문에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어순의 차이 때문에 역자의 머리 속에서 의미 도출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다. 따라서 ‘사탕무가 엄청난 높이의 흙더미를 만들어낸다’는 부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생기게 되었다. 의미 도출에 전력을 기울인 역자가 표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예 3) 원문 : Une de ses clientes, qu'il soignait en feignant de lui vendre des steaks, decouvrait son diplome de medecin, s'indignait de la supercherie. 직역 : 그가 스테이크를 파는 척하면서 치료하고 있던 여자 손님 한 명이 어느 날 그의 의사 면허증을 발견하고는 간계에 분개했다. 번역문 : 스테이크를 파는 척하면서 치료하고 있던 어느 날, 여자 손님 한 명이 그의 의사 면허증을 발견하고는 간계에 분개했다. 위의 원문도 우리말과는 다른 언어구조적 특성이 부각되는 문장이다. 우리말에는 없는 관계 대명사가 나왔고, 목적격 관계 대명사를 사용하다 보니 우리말 번역에서는 생략될 수 있는 ‘그’라는 주어가 나왔다. 역자는 관계 대명사 이하의 절(節)로 관계 대명사 앞의 명사를 수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번역문에서 문제의 여자 손님이 치료를 받고 있던 손님중의 하나라는 의미가 없어지지도 않았다. 역자는 또한 앞 뒤 문맥을 통해 생략이 가능한 ‘그’라는 주어는 없애버리는 선택을 하였다. 도출된 의미를 가장 자연스러운 모국어로 표현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Ⅳ. 결론 앞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해-의미 도출-표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한 번역상의 어려움이 번역주체의 역량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지 번역 과정에 고유한(inherent), 이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역 주체가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이상형이라면 번역상의 어려움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번역 주체가 불완전한 존재-물론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번역 주체마다 다르다. 좋은 번역과 좋지 않은 번역이 번역주체가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이기 때문에 이런 분류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논문을 통해 번역주체가 불어와 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특수성’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이해-의미 도출-표현이라는 번역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어려움으로 인식하고 해결에 있어서도 ‘보편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불어-한국어 번역의 특수성, 즉 불어-한국어간의 언어구조적 차이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우 전반적인 번역의 질과 도착어 표현의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불-한 번역 관련 논의는 불어-한국어의 언어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문제’들에 천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 마치 이 것을 번역의 이론적 문제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논의의 생산성 여부는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소위 불-한 번역의 ‘특수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별 언어의 특수성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번역의 원칙에서 불-한 번역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번역의 예를 분석하는 ‘결과 지향적인 접근’을 하면서 불-한 번역의 특수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불-한 번역의 특수성이 이해-의미 도출-표현을 위해 이루어지는 번역 주체의 인지 행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